보이스루 ‘문화 콘텐츠 번역 PM’이 하는 일

보이스루 피플팀
2022-04-11
조회수 886

파노플레이(Panoplay) 번역 PM(프로젝트 매니저)의 이야기

보이스루는 매년 세 배씩 성장하는 놀라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이스루 구성원은 대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품고 있는 걸까요?
현재 진행 중인 기적의 역사를 쓰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보이스루 문화 콘텐츠 Project Manager 로서 현재 하시는 일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저는 웹툰/웹소설의 다국어 번역서비스 POC부터 납품까지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어요.
클라이언트로부터 원본을 받으면 최초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합니다.
이상이 없으면 대략적으로 원가를 파악한 다음 세일즈 매니저와 함께 매출 단가를 구합니다.
그리고나서 작품의 플랫폼, 장르, 서사, 문체 등을 고려해서 적합한 번역가와 식자가를 선발해서 프로젝트를 코디네이팅해요.
이 때가 본격적으로 콘텐츠번역PM의 재량이 두드러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사항을 정리해 공유하고나서 발주합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쿼리 등의 이슈를 해결하고, 틈새 자기계발을 해요.
번역본이 도착하면 언어별 Linguist와 QM(Quality Manager)과 함께 최종 검수를 통해 퀄리티를 끌어올려요.
최종본이 완성되면 납품과 함께 클라이언트의 리뷰를 구해요.
이 때 어떤 뿌듯함? 설렘? 긴장이 풀리면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간지러운 떨림? 같은 묘한 기분이 있는데요.
약 10년 정도 느껴왔는데 아직도 그 기분이 달콤해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번역서비스라는 것이 도메인이 세부적으로 다양하잖아요? 
학술번역, 법률번역, IT번역, 기술번역 등등등… 혹시 문화콘텐츠번역은 어떤 점이 특징일까요?

먼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게요.
a. 전문번역: 법률, 의학, 학술, 순수문학 등
b. 산업번역: 기술, 제품, 기능성 디지털IP 등
c. 콘텐츠번역: 영화, 웹툰, 웹소설, 게임, 엔터테인먼트IP, Branded contents 등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


전문번역은 “원문의 의미를 가장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에요.
그런데 원문에는 반드시 모호하거나 중의적이거나 논쟁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특히 전문영역일수록 심하죠.
이를 최대한 명료하게 번역하기 위해서는 출발어와 도착어 말고 또 하나의 언어를 알아야 되는데요.
그건 바로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에요.
법학의 장(field)에서 다양한 개념이 그동안 어떻게 다루고 논쟁하고 해석해 왔는지를 알아야만 법률 텍스트가 명료하게 번역될 수 있는 것처럼요.
결국 ‘가장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복잡한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일’이예요.


한편, 산업 번역은 “형식적 틀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따라야 하는 규칙은 직접 만든 번역 메모리(Translation Memory)가 도와주기 때문에 별도로 공부가 필요하지 않아요.
대신 전시되어야 할 매체, 공간, 양식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이슈죠.
주어진 디자인에 맞춰 정교하게 재단해주는 노련한 테일러라고 할까요?


그런데, 콘텐츠 번역은 목적이 전혀 달라요. 그건 바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의미가 아니라 정서적/감각적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역보다 말의 맛을 살린 의역이 더 우선시 되고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극대화하기 위해서 관용적인 표현을 적극 활용하고 
심지어 도착 언어권의 문화에 비춰 표현 수위를 조절하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화 콘텐츠를 ‘잘’ 번역하려면 언어뿐만 아니라 
①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하고, 
② 작품/매체의 맥락과 바이브를 꿰뚫고 있어야 하고, 
③ 다양한 시대/계층/스타일의 표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정말 어려운 문제고, 콘텐츠번역이 지닌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번역가 단독으로는 풀기 힘든 문제죠.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번역가풀과, 그 스타일을 정의하는 QM과, 
그렇게 정의된 스타일을 프로젝트 조건(문화, 매체, 맥락, 바이브 등)에 맞춰 섬세하게 활용하는 PM이 있다면, 그 문제는 풀립니다.


콘텐츠 번역 PM은 다른 도메인 번역 PM에 비해서 어떤 점이 좋아요?

일단 콘텐츠 번역은 PM의 역할이 조금 더 무겁다고 할까요?
소스의 포맷 및 상태가 너무 다양하고 확인해야할 부분도 많고요. 프로젝트 코디네이팅에 좀 더 많은 걸 고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번째로 프로젝트의 output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들이잖아요.
그래서 제 업적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 저는 사실 이게 좋더라고요. 보람차고 뿌듯하고, 친구들이나 가족한테 보여주기도 좋고…

그리고 또 PM과 번역팀의 색을 입힐 수 있다는 점?
아무래도 다른 도메인의 PM은 뭔가 ‘익명’의 성격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요. 콘텐츠번역PM은 스타일 측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혹시 콘텐츠번역 중에서도 보이스루의 번역 PM은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음, 외부 클라이언트의 요청 사항을 응대하는 책임자인 동시에, 내부 Product silo의 고객이라는 것?
제가 다른 콘텐츠 번역회사를 다 아는 건 아니라서 좀 조심스러운데, 그냥 제가 직접 경험하거나 아는 정보들을 취합해서 말해보자면요.



보이스루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

보이스루는 도전을 거듭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그저 그물을 반복해서 던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시험하고 보완해요.
저의 의견이 다른 팀에게 소중한 인사이트가 된다는 점,
반복적인 문제를 내버려 두지 않고 다 같이 힘을 모아 개선해 나가는 그런 움직임이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그리고 보이스루에는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번역회사는 아무래도 도제식이나 공장식으로 운영되기 쉬운데,
개발, 인공지능, 마케팅, 세일즈, 재무, 디자인 등등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각자 다양한 색을 유지해서 모여 있어요.
앞으로 제가 맡은 작품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어 흥행하고 다국어로 확장되고,
글로벌 대세 콘텐츠가 돼서 사회적 phenomenon을 일으키고, 극중 대사가 유행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보이스루 번역PM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이스루 번역PM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일로서 ‘자기효능감’을 확인했다면
이 믿음을 굳건히 단련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 계속해서 고도화시켜야 해요.
자기효능감이 중요한 이유는 번역PM으로서 경력을 쌓아갈수록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총괄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인데요.

각 콘텐츠는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고, 각 콘텐츠가 요구하는 번역이 무엇인지 번역PM이 가장 먼저 파악해 두고 목표도 설정해야 해요.
번역PM은 고객사에 약속한 기간 내에 최고의 퀄리티로 납품해야 하는 총괄 책임자이기 때문에
각 작품의 톤 앤 매너부터 디테일한 콘텐츠 포인트들을 잘 이해한 채 프로젝트를 관리해줘야 하는 것이죠.

만약 번역PM이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믿지 못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크고 작은 이슈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번역PM의 자기효능감인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보이스루 번역PM들은 콘텐츠 산업의 트렌드를 감지하면서도 개개인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챌린징한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고 봐요.

배정된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번역PM이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한다기보다는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구사항이 정말 많이 발생하거든요.
내부적으로는 다수와 진행하는 작업가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매우 중요하고, 대외적으로는 고객사가 원하는 퀄리티와 일정도 만족시켜야 하므로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마다 감(感)과 능력치로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면 자기효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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